좋은 인상을 남기는 발표를 하는 방법
또한, 실망시키는 발표를 하는 방법도 알려드립니다.
『대학사용법』에 수록된 팁의 일부입니다. 약간의 편집을 가했기 때문에 책의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발표를 하는 방법 (dos). 혹은 반드시 실망시키는 발표를 하는 방법 (dont’s)입니다.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절대, 절대, 절대하면 안 되는 것은 슬라이드를 그대로 읽는 것입니다. 이 글이 너무 길어 읽을 시간이 없다면, 이 하나의 원리라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슬라이드를 읽지 않으면 내가 저주를 받는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대학, 정부, 기업 모두에서 발표할 일이 많습니다. 발표할 일이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바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너무나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에게 발표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칠 때 이 사실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그래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보고서는 물론이고, 짧은 두 장짜리 메모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나면 슬라이드 덱을 보거나 그것도 안 되면 직접 혹은 녹화한 발표 영상을 봅니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를 고용, 승진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발표를 할 줄 알고, 그것을 넘어서 잘 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문성은 맥락이 중요합니다. 발표를 잘 하는 건, 맥락에 맞게 잘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모인 곳에서 세세한 디테일을 나누는 것과 일반 대중 앞에서 대략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큰 원칙은 동일합니다. 그것은 “좋은 발표는 좋은 소통이다”라는 점입니다.
글을 쓸 때 아웃라인을 잡듯이, 발표를 준비할 때도 종이와 펜만 가지고 큰 줄기만 먼저 잡아보기를 권합니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집 안에 인테리어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죠. 비슷한 문제 접근법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구조에요.
좋은 발표의 3가지 구조
그럼, 그 구조를 어떻게 짤 것인가?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하세요: (1) 왜, (2) 무엇을, 그리고 (3) 어떻게
1. 발표를 왜 듣는가 why:
첫 슬라이드에서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여기서 청중과 연결 고리를 만들지 못하면, 이들을 발표의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설득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됩니다. 도입부는 짧고 분명하고, 그리고 흥미를 자극해야 해요. 초반 10분이 재미없는 영화는 2시간 내내 재미가 없어요. 이것이 도입부의 숨겨진 과제입니다.
여기서 이 과제를 확실하게 실패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반어법인 것을 당연히 아시죠. 따라서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첫 번째는 슬라이드를 그대로 읽는 것이에요. 이것만큼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발표가 없습니다. 대본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슬라이드 혹은 대본을 그대로 읽는 순간, 발표에 대한 기대가 바닥으로 갑니다. 기대는 내려가기는 쉬우나 이것을 다시 올리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발표를 서두르는 것이에요. 절대, 절대,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저도 말이 빠른 편입니다. 발표할 때의 말하는 속도와 평상시의 말하는 속도가 같지 않습니다. 이건 연습하면 됩니다. 말이 빨라지는 것 같으면, 숨을 천천히 쉬면 됩니다. 아니면 몸을 천천히 움직여도 되고요. 물론, 너무 느리게 말해서 듣는 사람이 지루해져도 안 됩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말해서 듣는 사람이 내용을 따라잡기 어려워도 큰 문제에요. 특별히, 본인이 아직 숙달하지 못한 언어(외국어)로 의사 전달을 한다든지, 아니면 청중 대부분이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말할 때는 더더욱 속도를 낮추세요.1
2. 무엇을 말하는가 what: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으면, 이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학술 발표에서는 여기서 연구 설계와 결과를, 실무 발표에서는 상사나 고객에게 제안 내용을 설명하죠.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하나의 발표에,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풀려고 하지 말고, 딴 데로 세지 말고, 중요한 한 가지만 디테일하게, 반복해서 전달하는 데 집중하세요. 이때 장황하게 말하지 않고, 간결한 언어로 풀어내려면 미리 대본을 써서 어디에서 말이 잘 풀리는지, 꼬이는 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연습을 통해서 어느 부분을 잘 이해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찍, 자주, 많이 연습하고, 그 대본은 버려야 합니다. 실전에 들어가면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본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거기까지 가려면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3. 어떻게 말하는가 how:
어렵게 말하지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착각하는 것은 발표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아뇨. 발표의 주인공은 “청중”입니다. 그 발표를 통해서 청중의 생각과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따라서 발표의 목적은 내가 얼마나 똑똑한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발표에서든 그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은 1명 밖에 없어요. 그것은 발표자 본인입니다.
발표의 목적은 청중의 공감을 얻고 설득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공감과 이해는 단계별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좋은 발표는 스토리텔링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한 번에 모든 정보를 다 쏟아내는 스토리텔링을 본 적이 있나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말하려 하지 말고 단계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세요. 듣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내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도 기술이므로, 당연히 연습이 없이는 터득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원리도, 이것도 기술이므로, 의도적으로 연습을 하고, 피드백을 잘 받으면, 숙달됩니다.
슬라이드덱을 잘 만드는 7가지 원리
이제 발표의 구조를 짜는 방법을 배웠으니, 이제는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방법을 나눠봅시다.
좋은 슬라이드덱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내용입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세련되고 발표가 매끄러워도 보여줄 내용이 부족하다면 그 발표는 자격 미달입니다.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것처럼 가장 좋은 마케팅은 제품이죠. 슬라이드는 포장입니다. 내용을 더 잘 이해시키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다루는 슬라이드 덱을 만드는 요령은, 내용이 좋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슬라이드는 보여주는 것이지 읽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이기도 하지만, 발표자가 슬라이드를 읽기 시작하면 거기서 이미 그 발표는 망한 것입니다. 결코, 결코, 결코, 읽지 마세요. 이때부터 청중은 발표자의 말이 아니라 화면에 집중하게 됩니다. 청중이 한 번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이 집중력이 회복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집중력과 기대 수준은 상관관계가 매우 높습니다. 슬라이드는 발표자의 말과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슬라이드는 줄이는 작업이다.
슬라이드로 설명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슬라이드는 발표의 구조, 흐름, 메시지를 보여주는 “요약” 도구입니다. 여러 문장이 있다면 한 문장으로 줄이세요. 그 문장을 다시 키워드로 줄이세요. 거기서 가능하면 도식이나 그림으로 대체하세요. 많이 담는 것이 아니라, 잘 보여주는 것이 슬라이드의 핵심입니다. 읽지 말고, 말하고. 말하지 말고, 보여주세요.
슬라이드는 세 줄을 넘기지 않는다.
정보가 많을수록 청중의 집중력은 분산됩니다. 한 슬라이드에는 메시지 하나, 문장은 최대 세 줄 이내, 글자 수는 30단어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슬라이드 한 장 읽는 데 1분이 걸린다면, 이건 큰 문제예요. 슬라이드는 설명의 저장소가 아닙니다. 메시지를 위한 무대입니다. 글자 크기는 크게 해서 강의실 뒤에 앉은 눈이 안 좋은 나이 드신 교수님도 슬라이드를 볼 수 있게 하세요.
슬라이드 덱에는 한 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슬라이드 덱에는 모든 슬라이드를 연결하는 핵심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메시지가 발표 전체를 관통해야 합니다. 발표가 끝났을 때, 청중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메시지 하나는 이해해야 합니다. 발표 흐름 속에서 이 메시지가 반복되고 강조될수록 청중이 메시지를 따라가기 쉬워집니다. 발표가 더 선명해질 수록, 그 발표는 더 좋은 인상을 남깁니다. 청중을 보면 발표 중에 딴짓을 하면서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발표의 모든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가정은 하지 마세요. 그 가정은 지극히 비현실적입니다.
디테일한 내용은 부록(appendix)에 정리한다.
복잡한 수치, 표, 배경 설명 등은 본문에 담기보다 슬라이드 본편 뒤에 오는 부록(appendix)에 정리합니다. 내용 전달에 핵심적인 것만 발표합니다. 발표 도중에는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핵심만 보여주고, 질문이 들어오거나 필요할 때 부록을 활용하여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부록은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중요한 발표는 혼자 준비하지 않는다.
발표 내용을 다양한 집단에게 시연하고 피드백을 받으세요. 한 집단의 피드백을 반영해 슬라이드를 수정한 다음, 또 다른 집단에서 발표해보고 다시 고쳐가는 식으로 연습을 반복해야 합니다. 중요한 발표라면 그에 맞게 연습을 더 해야 합니다. 내가 발표하려는 주제에 익숙한 사람과 전혀 모르는 집단 모두에게 내용 전달이 잘 된다면, 그때 슬라이드 설계가 제대로 된 것입니다.
연습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수준이 아니라 ‘실패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해야 한다.
리허설은 실제처럼 소리 내어, 시간을 재며, 발표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최대한 현장에 가깝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흐름이 몸에 익고,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간에 길을 잃어도 어떻게 돌아올지 알게 됩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발표를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내용을 좋은 그릇에 담아서 그것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발표를 잘 하는 것입니다.
발표도 전문성입니다. 전문성은 지식과 훈련을 통해 습득됩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거나 아직 영어가 숙달되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영어로 발표를 하실 때 이 점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내가 영어를 못해서 미안하다” 이런 말은 발표 초반에 결코 하지 마세요. 사과할 일도 아니고, 일부러 내가 청중의 기대를 낮출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나아가, 영어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는 청중이 판단할 일입니다.

